[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정치적 올바름' 아래 무차별 공격…이게 과연 정의인가

입력 2022-10-21 17:29   수정 2022-10-22 01:01

세계 곳곳에서 갈등과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금 새로운 좌파 이데올로기 혁명으로 시끌벅적하다. 젠더(성별), 인종, 양극화 등으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를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분출되고, 갑작스럽고 급격한 변화의 물결 가운데 예상치 못한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진보주의자들이 ‘정의’와 ‘반인종주의’를 부르짖는 가운데 ‘새로운 편협함’이 확산하고, 평등과 자유에 대한 열망이 모순적이게도 또 다른 억압과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다. 잘못된 단어 선택 때문에 오랫동안 쌓아온 언론사의 명성이 무너지는가 하면, 대학에서는 서로 말조심하느라 자유로운 토론이 방해받고 있다. 기업은 새로운 시대 정신에 어울리지 않는 직원들을 거리낌 없이 해고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바라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일까?


지난 8월 말 출간된 책 <잘못된 단어(Ein falsches Wort)>가 독일 사회에서 화제다. 책은 정체성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최근 미국 사회의 갈등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워싱턴 지국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르네 피스터는 이 책에서 정치 이데올로기에 감염돼 반대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는 집단과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고발한다. 인기영합주의, 독단주의, ‘그들’과 ‘우리’로 편 가르기,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위험한 군중 심리가 어떻게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는지 경고하면서, 이 새로운 근본주의에 저항하고 시민에게 부여된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려준다.

저자는 성범죄 가해자인 젠 고메쉬의 글을 게재한 것에 책임을 지고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편집장에서 물러나야 했던 이안 부루마를 찾아 이야기를 나눈다. 고메쉬는 성추행 혐의로 20명 넘는 여성으로부터 고발당하고,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쇼에서 굴욕적으로 하차한 인물이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인물의 에세이를 게재하면서 여성주의 단체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순식간에 무책임한 언론으로 지목돼 좌표가 찍히고 댓글 공격에 시달렸다. 결국 사태는 편집장을 맡고 있던 부루마가 사퇴하고 나서야 일단락됐다.

시카고대 지구 물리학자인 도리언 애벗 교수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초청 강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일을 겪어야만 했다. MIT는 기후변화에 대한 학문적 업적을 인정해 애벗 교수의 대규모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애벗 교수에 대한 일종의 인민재판이 벌어지면서 강연이 취소됐다. 그가 과거 한 언론에 기고했던 교수 채용에 관한 칼럼에서 인종주의적 색채를 드러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문적 자유를 억압하고 강의까지 취소시킨 캠퍼스 문화는 과연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책은 여러 충격적인 사례를 소개하면서 과연 우리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열린사회’에 살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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